부동산을 사고팔거나 대출을 받을 때 자주 마주하게 되는 숫자 중 하나가 ‘KB시세’이다. 하지만 실제 거래된 금액인 ‘실거래가’와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아파트는 실거래가가 KB시세보다 1억 원 이상 높거나 낮게 형성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단순한 수치의 오류라기보다는 데이터 수집 방식, 시장 반영 속도, 제도적 목적의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예상가 vs. 실제가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데이터의 성격에 있다. KB시세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입력한 예상 매물가격과 통계 모델을 바탕으로 산출된다. 이는 실제 계약이 아닌, 중개업소의 판단과 지역 시세 흐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단기 급등락이나 특수한 거래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반면 실거래가는 실제로 체결된 가격으로,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데이터이다. 따라서 급매물, 고가 프리미엄, 친인간 거래 등 비정상적 혹은 특수 목적 거래까지 포함되므로 실질적인 ‘시장 가격’과 괴리를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이른바 ‘뻥카 거래’라 불리는 가격 조작 행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시장 반영 속도
집값이 단기간에 빠르게 오르거나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KB시세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KB시세는 일반적으로 월 단위 또는 분기 단위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실시간 시장 흐름을 반영하기에는 속도에서 밀린다. 이러한 갭은 특히 급등장에서 두드러지는데, 시세는 낮게 형성되어 있는데 실제 매매는 고가에 이루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또한, 지역 내 편차도 존재한다. 중개업소마다 시세 업데이트 빈도나 의지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단지라도 KB시세에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개별 물건 가치 반영의 한계
KB시세는 평균적인 시세 흐름을 잡기 위한 도구이므로, 개별 물건의 특수성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같은 아파트라도 층수, 조망, 인테리어 상태, 향(向) 등에 따라 실제 거래 가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고층 전망 좋은 집은 당연히 시세 상한가를 넘기도 한다. 또한, 저가 신고(세금 절감 목적)나 친인간 간 거래(형식적인 매매 등)는 실거래가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KB시세와의 차이를 키우는 요인이 된다. 특히 실거래가가 지나치게 낮을 경우, 대출이나 세금 산정 기준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제도적 목적과 활용 맥락의 차이
KB시세는 단순히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금융기관의 담보평가 기준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제도적인 목적이 크다. 따라서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대출 한도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세를 낮게 입력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또한 KB시세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사이의 균형점 역할을 하지만, 이 세 지표 모두가 시장과 괴리될 경우 그 자체의 신뢰도에도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참고용’ 시세라는 점을 인지하고 활용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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